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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고 철이 좀 들어간다는 생각이 들면서 고전을 읽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웃는 남자는 몇 번 읽으려고 시도는 했었는데 적지 않은 분량 때문인지 초반에 자꾸 무너지더라구요. 최근에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여전히 속도를 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마음 편하게 병렬독서의 중심에 '웃는 남자' 를 두고, 다른 책과 같이 읽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본문 내용 중
인류의 비참함을 요약본으로 구성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그윈플렌과 데아일 것이다. 그들은 각자 무덤의 구획에서 태어난 것 같았다.
데아에게는 유령이 있었고, 그윈플렌에게는 무시무시한 망령이 들어 있었다. 데아는 침울함 속에 있었고, 그윈플렌은 그보다 더 나쁜 것에 있었다. 앞을 보는 그윈플렌에게는, 소경인 데아에게는 없는, 가슴을 에는 비통한 하나의 가능성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윈플렌이 처한 상황에서는, 그가 납득하려 애를 쓴다고 가정하더라도, 자신을 다른 이들과 비교한다는 것이, 곧 자신을 더 이상 이해하지 못하게 됨을 의미했다.
두 사람 모두 세상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데아는 혼자였고 그윈플렌 역시 혼자였다. 데아의 고립은 장례식 같았다. 그녀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윈플렌의 고립은 재난이었다. 그는 모든 것을 보았다. 데아에게 세상은 청각과 촉각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녀에게는 현실이라는 것이, 비좁고, 제한되고, 짧고, 즉시 없어져 버리는 것 같았다. 그녀에게 있어 어둠 말고 영원한 것은 없었다. 그윈플렌에게 있어 산다는 것은 영원히 그의 앞에, 그의 바깥에 군중들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데아는 빛을 박탈당했고 그윈플렌은 삶을 금지 당했다.
'귀까지 찢어진 입, 드러난 잇몸과 으깨어진 코, 너는 이제 가면을 쓸 것이며, 영원히 웃으리라'
처음 우르수스가 그윈플렌의 상태를 보고 나서 찾은 '코 제거술'에 쓰여있는 말 입니다. 그윈플렌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스스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려 해도 남들을 보는 순간 자신의 모습을 이해할 수 없어진다는 부분이 애잔하게 와닿았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혹은 그윈플렌과 우르수스를 만났던 시점부터 이미 앞을 보지 못했던 데아의 불행보다, 모든것을 보면서 자신의 얼굴이 타인들과 다르고 그들에게 혐오감을 주는 모습이라는 사실을 매순간 깨달으며 살아야 하는 그윈플렌의 캐릭터에 많은 매력이 느껴졌습니다.
뮤지컬을 보고 싶어서 다시 이 책을 읽고 있습니다. 절반 정도 읽으면서 인물들의 캐릭터가 참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번 공연은 이런저런 이유로 시간이 맞지 않아 보지 못했지만 그래서 더 깊게 책을 읽고 뮤지컬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웃는 남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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